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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칼럼] 드라마 ‘남자친구’와 쿠바 ..

국내 드라마 최초로 쿠바에서 촬영했던 드라마 '남자친구'가 첫 방송과 동시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쿠바는 이국적인 풍경은 물론 아바나에 있는 말레콘비치, 모로요새-내셔널호텔 등 유서 깊은 건물과 거리풍경이 남미의 낭만과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나라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와 달리 냉담하고 냉혹하다. 중남미 사회주의의 근간인 쿠바가 옛 소련 붕괴 이후 20여 년 만에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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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무너지기 전까지 쿠바에 소련은 수출 보호무역 시장이자 절대적 경제원조의 주역이었다. 소련은 최고 생산품인 사탕수수를 국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했지만 석유는 낮은 가격에 쿠바에 공급했다. 30여 년간 쿠바 수출입의 80%를 소련이 차지할 정도였다. 소련이 붕괴한 뒤 쿠바는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정권과 손잡고 새로운 거래를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국제 시세의 반값에 석유를 제공했고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의사와 교수, 군사고문 등 전문 인력 수만 명을 보냈다. 베네수엘라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9년간 쿠바에 265억달러에 이르는 석유를 공급했다. 쿠바 전체 수입액의 40%, 수출액의 43%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쿠바는 과거 설탕에 의존하듯 베네수엘라 석유의 중독이었다. 기쁨도 잠시 쿠바에 싼값에 석유를 공급하던 베네수엘라 경제가 붕괴되고 쿠바에 석유 공급이 급감했다. 2008년 10만 배럴에서 2017년 4만 배럴로 60%나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강경노선인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폐기하고 해외여행 제재를 복원하는 바람에 쿠바는 2016~2017년 마이너스 성장의 고통을 겪었다. 2004년 오디오 방송인 팟캐스트 기업 오데오의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는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단번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 플랜 A가 완벽했기 때문에 플랜 B를 준비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 뉴욕타임스도 팟캐스트의 중심에 오데오가 있다.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막대하기 때문에 구글처럼 성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데오는 6개월도 안 돼 사업을 접어야 했다. 애플이 무료로 팟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플랜A가 전망한 시장에 오데오는 없었다. 쿠바 경제위기도 베네수엘라의 반값 석유에만 집중된 나머지 현재 계획이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내놓았을 때 이를 보완할 플랜B를 마련하지 않았다. 플랜 A만의 전략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험하고 무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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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국가나 기업의 리더들은 결코 자신의 생각이 원안대로 100% 실현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토 삼굴, 똑똑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둔다는 말처럼 위대한 지도자는 늘 전쟁과 분쟁, 환율, 자연재해, 유가 변동 등 우발적인 사태에 대한 플랜 B를 준비해 둔다. 위기의 오데오는 어떻게 됐을까. 꼬박 1년간 플랜 B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당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헨드 twitter.com 헨드 twitter.com 문자메시지에 착안해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친구들에게 알릴 수 있는 트위터(twitter.com)를 개발했다. 출범 5년 만에 가입자 2억명에 연매출 1억4000만달러, 기업가치 80억달러의 회사로 성공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와중에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불과 15년 만에 유럽의 역사를 바꾼 천하의 영웅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했다. 작전을 세울 때 나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겁쟁이가 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과 불리한 조건을 끊임없이 과장해 가설을 세운다. 이는 전쟁터에 나갈 때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확신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위험 요인을 찾아내 그에 대한 대비 플랜 B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요한 데이터는 백업을 취하도록, 국가 운영도 비즈니스도 「플랜 B」는 필요 충분 조건이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는 본 칼럼 헤럴드경제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