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추천 및 2일차 기록
오늘로 2일차다. 어젯밤에 늦게 자서 오늘 아침에는 많이 피곤했다. 그래도 어제에 비해 사람이 적겠지, 하고 9시 반쯤에 갔는데... 적긴 개뿔.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 앞에서 노숙하는 거처럼 사람들이 티켓 부스가 열리길 기다리며 앉아있지 않은가. 오늘도 한참 뒷줄로 가서 티켓 부스가 열릴 때까지 대기했다.그래도 일찍 간 보람이 있다. 사실상 일요일로 내 영화제는 종료다. 보고 싶은 건 다 티켓팅에 성공했다.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가 금요일 밖에 상영이 없으니 말이다. 어제 3편, 오늘 4편, 내일 4편해서 보고 싶은 건 다 보게 되었다. 이제 평일은 보너스 스테이지라 생각하고 봐야 되겠다.오늘은 방역체계가 역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음을 느꼈다. 방역이란 게 사람한테 하는 게 아닌가. 안타깝게도 사람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야 말을 잘 듣는다. 그러니까 어겼을 때 자기가 손해를 봐야 철저하게 지킨다.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상점보다 벌점을 주는 게 그런 이유다. 이득은 안 봐도 그만이지만 손해는 절대적으로 싫어한다.역시나 마스크 안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그 유명한 턱스크... 솔직히 나도 이해는 한다. 얼마나 답답하냐. 난 쓰다가 귀가 떨어질 거 같다. 그런데 내가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남을 위해서도 계속 쓰고 있는 게 좋다. 더구나 마스크로 덥지 말라고 냉방이 아주 빵빵하니 말이다.(내일은 옷을 하나 가져가야지... 냉방병 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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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당했다.. <친절한 남자>첫 번째로 본 작품은 <친절한 남자>다. ‘그래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인데 공포 하나는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택했던 영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첫 사진에 고어틱하게 생긴 여자가 있다. 그 사진만 보고 ‘오호~ 무섭겠는데? 안 무서워도 당해주마’하고 선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 수많은 핑크 무비 감독 경력을 지닌 에로가 장점인 감독이다.에로에 호러나 SF를 더한 작품을 선보였던 것. 보는데 정말 절반 이상은 섹스 장면만 등장한다. 끝이 없다. 서비스로 섹스 장면 하나 보여주고 다음에는 공포겠거니 했던 순간들이 지나고 또 지나가자 뒤늦게 장르가 뭔지 깨달았다. 기대랑 너무 멀어서 실망했다. 야한 거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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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하나면 만족해..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공포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감독이 직접 들려준다. 영화계 감독들의 명작을 분석하는 알렉산더 O.필립 감독의 연출은 감독 한 명을 의자에 앉게 한 뒤 이야기를 시켰을 뿐인데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매력을 보여준다. 마치 <엑소시스트>를 보는 듯한 서늘한 느낌마저 준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걸작은 우연이 운명이 되는 특별한 순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특히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엑소시스트>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만의 사고와 철학, 촬영장에서 작품을 이끄는 힘이 확실한 감독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의 감독들은 참 X아이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벤트가 알렉산더 O.필립 감독과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지난 6월에 나눈 화상채팅 내용을 편집한 걸 보여줬다는 점이다. 관계자는 지난 시체스 영화제 때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을 만나서 영화제 게스트 제의를 했다고 한다. 지나가는 말로 흘릴 줄 알았던 감독은 놀랍게도 ‘생각해 보니 한국은 안 갔네요’라며 참석의사를 밝힌 것.그런데 아... 코로나19가 터져버릴 게 뭔가. 그래서 1시간 반 분량으로 화상채팅 내용을 편집하고 자막을 입혀서 상영했다. 아쉽지만 본전은 뽑았다. <엑소시스트>에 대해 감독에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이 다큐를 본 것만으로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 작품과 프로그램에 기대를 지니고 영화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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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쉬웠던 <낙인>개인적으로 정말 많이 아쉬웠다. 작품에서 협상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대사로 ‘그만하시죠’가 자주 등장한다. 이 영화한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AI에 페미니즘이라는 요즘 핫한 화두 두 개를 한꺼번에 넣으려다 보니 체했다고 본다. SF라는 게 호기심을 지니고 관객을 그 세계관으로 빠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흥미가 없어도 너무 없다.흥미가 없으니 흡인력이 부족하다. 내용이 어렵다기 보단 스토리 전개가 난해하다. 감독이 보여주는 세계관에 관객이 호기심을 지니게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없어도 너무 없다. 여기에 대사도 상투적이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세계관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을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보면서 들은 생각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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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많이 노력했을 <시그널100>만화 원작이다. 학생들이 집단최면에 걸려 교사가 정해둔 100가지 시그널 중 하나라도 하면 자살하게 된다. 최후의 1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설정은 <배틀로얄>을 연상시킨다. 보면서 들은 생각은 참 감독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설정부터가 만화에서나 통할 법한 중2병 설정이 다분하다.사회적인 문제를 담고자 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노골적이다. 자극적인 자살 장면부터해서 보다보면 실소가 나올 만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이쯤 되면 감독이 포기할 법도 한데 정말 끈덕지게 흥미롭게 이끌어 보고자 노력한다. 기본 설정부터 무너진 영화를 ‘그래도 이러면 재밌지? 이러면 재미있지 않아?’라고 계속 묻듯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한다.그래도 뭐... 아쉬운 건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하면 누가 웃긴 짤방으로 연결해 만들기만 한다면 소소하게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을 듯하다. 그만큼 설정부터 결말까지 실소를 자아내는 지점이 많다. 그나마 하시모토 칸나를 비롯해 젊은 미남미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와다 역의 토시키 세토라는 배우는 묘하게 뷔를 닮았다. 사진을 보니 뷔랑 디오랑 합친 거 같은 느낌도 있고 말이다.오늘은 세 편이 많이 아쉬웠다. <낙인>이 제일 기대작이었는데 그게 별로니. 정보가 없는 상태로 갔는데 <인공지능 그녀> 회사랑 같은 걸 뒤늦게 확인해 불안하긴 했다. 그 불안이 맞아 떨어질 줄은 몰랐지만. 혹시 이 세 편을 보실 분들은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리 추천하진 않는다. 내일은 <태백권>이 제일 기대작이긴 한데 어떨지 모르겠다. 제발 네 편 다 재밌길 바란다.